2024 회고 - 데이터 어쩌구에서 AI 개발자로 진화한 거 같긴 함
2024 회고는 꼭 2024년이 다 지난 후에 적겠다고 다짐해버린 나머지, 2025년을 한 달이나 살고 2024 회고를 적게 되었다.
이런 다짐을 했던 이유는 2023 회고를 적은 날로부터 이틀 후, 가고 싶었던 회사의 최종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ㅎ 2차 면접 때 워낙 털려서 진심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기에 회고에 따로 적지 않고 이것 저것 반성과 다짐만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합격해서 2024년 1월에 입사해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1년을 보냈다!
정말 큰 변화였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게 가게 되어 훨씬 구조화된 조직에 소속되었고, 커머스 분야에서 딥러닝 모델을 개발하는 팀에 합류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 일단 머리에 집어넣어라!
가장 처음 했던 일은 여러가지 권한을 신청하는 일이었다. 큰 기업이라 그런가 할 게 정말 많았고, 사원증을 비롯해서 장비 등 받아야 할 것도 많았고, 새로 익혀야 하는 도구와 용어도 많아서 가능하면 닥치는 대로 머리에 넣으려고 했다. 조급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에도,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에도 초반에는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 차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루의 연속이었잖아!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에 몰랐던 것들 중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연스레 알게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은 것 같긴 하지만 ㅜ
(여담이지만, 처음에는 "시스템에서 결재 서류를 올림 - 누군지 모르겠지만 무슨무슨 담당자가 승인해줌 - 뭔가가 주어짐" 이 프로세스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스템도 방대하고, 사내 앱도 되어 있고! 20살 갓 상경했을 때처럼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리고는 진짜 lucky&감사한 일이지만 팀장님(?)이 현재 팀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기술과 관련된 논문 모음집 같은 걸 직접 만들어주셔서 거기에 있는 논문/영상들을 하나씩 독파하려고 노력(ㅠ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근해서 논문만 읽고 공부만 할 수 있다니! 럭키비키잔아! 아 근데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 일 외적으로 개인적인 일들이 정말 많고 바빴어서 매일 피곤해하면서 논문을 읽었던 거 같다. 눈에 잘 안들어오는 날도 많았었고ㅜ 생각보다 내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삶 - 논문만 읽어도 돈 받는 삶 - 을 제대로 못 즐긴 것 같아서 1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아쉽네... 막상 관련 기술을 바로 쓰지도 않았어서 까먹은 것도 많고. 올해 꼭 다시 읽어봐야징
회사 시스템 익히기, 논문 와구와구 읽기 외에도, 회사/팀이 일하는 방식 보고/듣고/느끼고/익히기, OJT하면서 예전 업무 기록들 파악하기 등을 하면서, 진짜로 닥치는 대로 머리에 집어넣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보다 어려운 논문도 많이 읽고, 데이터 도메인이 바뀌면서 이것저것 새로 알게된 것도 많고 전체적으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소소하게는 pyspark도 더 많이 쓰게 됐고 인프라도 이것저것 많이 써보고..
업무 키워드는 classifier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텍스트를 곁들인..
2023년에 이어, classifier와 친하게 지낸 2024년이었다. classifier가 아닌 모델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task 자체가 classifier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참고할 만한 히스토리도 있고, 서빙 속도도 중요했기에 classifier를 맡아서 개발했었다. 두 가지 의의가 있었는데, "진짜" 이미지 데이터를 다뤄본 것, 그리고 텍스트 데이터를 다루기 시작했던 것!
이전 회사에서는 사실상 signal 데이터인 심전도 데이터를 이미지처럼 취급해서 이미지 모델을 쓴 거였는데, 이번에는 (conv1d를 사용하는게 아닌 conv2d를 사용할 수 있는!) 진짜 이미지를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처리에만 쓰이는 패키지도 이것저것 사용해보고, 이미지를 만져보고, 그러면서 '아 정말 내가 무지했구나'를 깨닫기도 했다.
그 이후 합류했던 프로젝트에서는 텍스트 데이터를 다뤘다. 드디어 tokenizer를 실무에도 써보고, tokenizer도 여러개 사용해보고, 또 tokenizer 특성을 이해해서 이리 저리 데이터를 바꿔도 보는 일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서 좋았고, 그렇게 두려워할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transformer 공부하면서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있어서 그 때 그거라도 해두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운 것도 많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로 팀에 빠르게 기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많은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설레기도, 안도하기도, 조급해하기도 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Random thoughts
아ㅏㅏㅏㅏㅏ 했던 것, 프로젝트 위주로, 주제에 맞게 내용을 좀 적어보려니까 왜이렇게 안 적힐까...너무 한 해를 정신없이 보냈던 걸까? 뒷 부분은 그냥 좀 더 편하게 적어봐야겠다. 2024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2024년도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위주로.
일단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사실 누가 나를 콕 집어서 고생시킨 건 없다. 그냥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었을 뿐이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건물, 새로운 도메인,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시에는 대단히 고생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돌이켜보면 고생한 것 같다. 또 입사 초반에는 '내가 여기 와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있었던 상태였다. 너무 바보인 걸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일을 더 완벽하고 빠르게 해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정말 내가 잘못 입사했다면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나를 뽑은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ㅋㅋ) 이겨내려고 했지만... 은은하게 스트레스 받긴 했던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하고 정말 어렵다. 이걸 다시 한 번 깨달은 해였다.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명확하게 전달된 걸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잘 요청하고, 맞춰나가야 하는 게 있으면 잘 조율하는 등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 또, 단순 정보 공유 뿐 아니라,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잘 판단해서 공유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발라내고, 우선순위를 잡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일단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을 잘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까 위의 일을 가능하면 부드럽고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 특히 여러 요인으로 모두가 pressure를 느끼며 일하고 있을 때는 더 배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보 교환과 업무 조율이 잘 되지 않았을 때에도, 그걸 뒤늦게 발견해서 일을 조금 많이 비효율적으로 하게 되더라도(그게 나든 상대방이든), 이걸 어느 정도는 '자연재해(?)' 라고 생각하고 잘 인내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 일을 완성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넘기더라도 다음에 일 할 때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겠지만!!) 넓은 의미로 이 모든게 커뮤니케이션 스킬 아닐까..? 이런 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너무나도 어렵다고 느껴졌다. 쿠션어를 왜 사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같이 협업을 하다보니 쿠션어가 생각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새해에는 보다 남을 배려하고 성숙하고 여유있고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다들 비슷하게 일하고 비슷한 고민을 한다(?). 모델 개발을 위해서는 퀄리티 있는 많은 데이터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데이터 추출, 정제, 구축, 검증에 사용한다. 모델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지만, 생각보다 모델 고민을 할 시간이 엄청 많지는 않다. 그리고 문서화는 모두에게 어렵다. 데드라인을 하나씩 쳐내다보면 문서화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고, 서비스가 복잡할수록 문서화를 '잘'하는 거 어려운 것 같다. 구성요소가 너무 많고, 관계도 복잡하고.
마지막으로, 솔직히 2024년 너무 다사다난했다. 일 외적으로 개인적인 일이 너무 많았다. 이런저런 경조사만 3개, 대상포진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일 하나 터져서 다시 업무 몰입 좀 하려 하면 또 하나가 터지고 사건사고의 반복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2024년은 일 자체에 진지하게 몰입하지 못했던 해인 것 같다.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했고, '생각'을 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2024년에 일을 하면서 정말 '머리 깨지게' 고민했던 적이 있던가? 대학원 연구할 때와 첫 회사를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24년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일을 쳐내기 바빴던 것 같고, 더 깊이 많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은 부족했던 것 같다(뭔가 아는 것도 많아야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고민해야 성장하고, 더 공부하게 된다. 결국 내가 해야 한다. 논문도 내가 읽어야 하고 역량도 내가 길러야 하고 .. 불가항력인 일이 많았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제목에 <데이터 어쩌구에서 AI 개발자로 진화한 거 같긴 함> 에서 "같긴 함"이라는 표현에는, 모델링 팀에 합류하게 되어 이전 회사처럼 모델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하지는 않고 AI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긴 했지만, 진지하게 AI 개발자로 "진짜 진화" 하지는 못한 것 같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래도, 이직이라는 큰 성취도 이루어냈고,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 좋은 팀에 합류했고,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가진 역량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잘 보여주고, 칭찬도 받고, 새 회사에서도 잘 적응해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잘 해낸 해였다고 칭찬하며 마무리를 해보자! 더 깊은 고민, 공부를 못했을지언정 일할 때 만큼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집중하고, 의견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디테일을 챙기고,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반기부터는 나름 운동도 하기 시작했었고! (아쉬운 걸 이것저것 많이 적긴 했지만 그래도 문제해결력, 논리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에서 칭찬 받기도 했었다 히히)
(아직 건강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지만) 그저 2025년에는 무탈하고, 건강하고, 더 몰입하고, 공부도 더 많이하고, 많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p.s. 회사 근처로 이사가고 싶다. 나도 직주근접!